치느님의 눈물: 우리들의 목을 조이는 공장식 축산업

 

   금년 8월 14일, 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살충제 계란은 단순히 가정에서 먹거리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빵, 유제품, 각종 음식점으로 유통되고 있었다. 산란계 농장은 수많은 계란을 처분해야만 했고, 많은 국민들은 밥상에 올라오는 먹거리를 불신하게 되었다. 이번에 문제가 되었던 '피프로닐'은 가축이나 애완동물의 '진드기'를 없애는 데 사용되는 성분으로, 식용 닭에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어째서 많은 국민들이 즐겨 먹게 되는 달걀, 혹은 닭에게서 이 성분이 검출된 것인지의 문제는 충분히 논의될 필요가 있다.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왜 농가들은 진드기 살충제를 닭에게 뿌렸던 것일까. 그 원인은 일차적으로 공장식 축산 방법에서 찾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축산 방법의 개선 방안을 농축산부에 지시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공장식 축산은 여러가지 폐해를 일으킨다. 당장 한국 내에서만 찾더라도 그 예시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유명한 광우병 사태로 불거진 수입산 소고기에 대한 불안감에서부터, 조류 인플루엔자와 구제역으로 수십만 마리에 가까운 가축들이 강제 살처분당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살처분이 가장 효과적인 전염병 예방법이라고 생각되어졌기 때문이다. 살처분이 이에 효과적인지 아닌지 여부는 제쳐놓고, 가축을 '대량 학살'로 이끌게 된 원인 또한 공장식 축산이다. 동물들이 한 곳에서 움직이지도 못한 채 감금된 상태로 사육당하니 전염병이 쉬이 퍼지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닭은 공장식 축산으로 가장 많이 사육되는 동물이다. 한국에서 ‘치느님’이라는 유행어가 번지면서 닭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여 닭고기와 계란은 한국에서 가장 접하기 쉬운 먹거리가 되었다. 닭은 원래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다. 그들은 집단 생활을 하며, 모래 목욕을 즐겨하고, 햇살을 쬐는 것을 좋아하며 홰를 쳐서 둥지를 짓는다. 닭에게 있어서 부리는 인간의 손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그들은 낯선 물건이 있으면 부리로 이리저리 쪼아보며 탐색을 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기껏해야 A4용지의 면적이 주어진 좁은 철창 안에서 닭들은 이러한 행복을 누릴 권리를 박탈 당한다. 짧은 기간에 많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성장 호르몬 주사를 받은 닭들은 급작스럽게 불어난 몸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리가 부러진다. 그 뿐만 아니라 내장이 자라는 속도와 성장한 몸집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잦아 심장병, 장기와 관련된 만성질병으로 평생을 고통받기도 한다. 이러한 스트레스 때문에 닭들이 옆에 있는 동료를 부리로 쪼아 사망케 하거나 상처를 내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그 이후 닭들은 수많은 신경이 모여있는 부리를 무자비하게 잘려 사육당하게 되기도 했다.

 

   식용 목적이 아닌 산란을 목적으로 한 암탉들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태어난지 5개월 전후로 하여 알을 낳기 시작하는 암탉은 6개월 때부터 본격적으로 산란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한들 산란율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13개월쯤 되어 산란율이 떨어진 닭들에게 강제로 털갈이를 하도록 한다. 5일에서 9일, 혹은 그보다 더 많은 기간동안 굶기고 빛을 차단해 자연 상태보다 더 빨리, 효율적으로 털갈이를 끝내도록 하는 것이다.

 

 

   돼지나 소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새끼를 낳은 암퇘지가 몸을 뒤척이지 못하게 작은 면적의 쇠창살에 가두는 한편, 돼지들끼리 꼬리를 물어뜯지 못하게 미리 꼬리를 잘라버린다. 키우던 동물이 병에 걸리더라도 주인들은 곧바로 수의사를 부르지 않는다. 치료 비용과 동물이 폐사했을 때의 비용을 저울로 잰 다음 무게가 더 적은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왜 이런 비인도주의적인 사육 방식이 횡행하고 있는 것일까? 답은 가장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커다란 규모의 사육장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 개체 한 마리에게 충분한 공간을 내어주는 것조차 큰 비용이 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히나 수많은 대중들의 수요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 시점에서 싼 값에 고기를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체제가 빚어낸 비극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공장식 축산 방법은 도대체 얼마나 도입되어있을까?

 

 

    위 자료를 본다면 1970년대 사육되던 닭의 마리수는 23,633,000마리에서 2014년도에 156,410,000마리로 7배 가까이 훌쩍 뛰었다. 고속 경제 성장을 하면서 인구도 늘고, 육류 소비량이 증가한 데에서 수요가 발생한 것을 공급이 맞추다보니 일어난 현상이다. 농축산부에 따르면 2010년 1인당 육류 소비량은 돼지가 19.2kg, 소가 8.8kg, 닭이 10.7kg였던 것에 비해 2014년 1인당 육류 소비량은 돼지가 21.8kg, 소가 10.8kg, 닭이 12.7kg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 중에서 닭에 한정지어 살펴보면 영계 한 마리의 무게가 700g임을 감안할 때 2014년에 1인당 한 해 닭을 18마리 소비한 셈이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점은 위 표에서 닭을 생산하는 농가가 1970년대에는 1,338,000호였으나 2014년에는 3,000호로 급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0년도에 닭을 기르는 농가는 218,000호로 그 중 5,000마리 이하의 닭을 사육하는 소규모 농장은 214,300호나 되었었다. 그러나 2014년도 통계를 보면 소규모 농가는 300호로 급감하고, 대신 10,000마리 이상의 대규모 축산농장의 숫자는 5년동안 꾸준히 유지되어 왔다. 즉, 한국인의 식탁을 책임지는 영계 농가들이 점점 공장식 축산화가 되어버렸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한국은 공장식 축산 방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생산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장식 사육방식은 자본주의 체제에 적합한 시스템으로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사육 방식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류 인플루엔자와 같은 전염병을 일으키고 동물의 권리를 무시하게 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부메랑으로 인간에게 돌아와 건강 문제, 환경 문제, 식량난, 지역사회의 경제문제 등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우선 건강에 관해서 논의를 해보자면, 공장식 축산 문제는 먹거리와 직결되어있기에 우리의 몸에 끼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가축에게 투여된 약물이나, 그들이 받았던 스트레스는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그 예시로 호르몬 주사를 들 수가 있다. 밀집된 사육 시설에서 생길 수 밖에 없는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가 투여된다. 또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도살할 수 있도록 지방을 늘리기 위해 성장촉진 호르몬이 투여된다. 이렇게 가축에 투여되는 항생제와 호르몬은 그 잔유물이 고기에 남아 인간에게도 전달되어 인간의 건강을 위협한다. 장기적으로 고기의 항생제가 인간의 항생제 내성을 높여 바이러스에 취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공장식 사육방식은 환경 문제를 거쳐 식량 문제까지 야기시킨다. 공장식 축산업에서의 육류 생산과 가공 과정은 수질 오염, 토양 침식, 삼림 파괴, 온실가스 배출 등의 갖가지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유명한 윤리철학자, 피터싱어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30%, 미국 곡물의 70%가 사람을 위한 식량이 아닌 소, 돼지 등을 사육하기 위한 가축 사료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또한 예외가 아니다. 국내 곡물자급률은 매우 낮아 대부분의 곡물은 수입 곡물로 사용되는데, 그것의 70%가 가축 사료로 사용된다. 가축을 위해 쓰이는 곡물의 양이 굶주리고 있는 10억명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공장식 사육방식과 식량문제가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지 알 수 있다.

 

   지역 사회 및 경제의 흐름 측면에서 바라보았을 때도 공장식 축산 방식은 골칫덩어리에 불과하다. 공장식 축산 시스템은 소수의 대기업이 통제한다. 즉, 육류 생산 및 가공 뿐만 아니라 사료, 곡물, 유통, 소비, 농약, 항생제와 같은 축산과 관련된 모든 사업을 지배한다. 따라서, 공장식 축산 방식을 고수하는 대기업의 힘은 더욱 세지고, 이에 반해 건강한 방식으로 운영되던 지역 기반의 소규모 축산 농가는 그 힘에 밀려나게 된다. 이는 결국 경제적 불균형을 초래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공장식 축산업에서 종사하는 노동자는 대다수가 불법 체류 이주 노동자이며, 그들 중에는 최저 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대우를 받는 이들이 많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에서 공장식 사육방식은 동물 권리, 건강, 환경, 지역사회, 경제 문제 등등 수많은 분야에서 문젯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와 NGO에서 여러가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큰 효과를 보이고 있진 않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들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끔찍한 공장식 축산을 만들어낸 것은 결국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고기를 즐기는 우리들,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과감히 채식주의자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고기를 완전히 포기하기 힘들다면, 친환경 마크가 있는 고기를 골라 먹는 것이 어떨까. 비싼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고기를 먹는 횟수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는 것은 어떠할까. 그도 아니라면 지인들과 즐거운 술자리를 가질 때, 눈 앞에 안주로 나온 치킨을 보고 한 번쯤 공장식 축산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소비 방식에서의 사소한 변화가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는 길이 될 수 있다. 또한 빈곤한 사람들이 굶주리지 않고, 지역 사회의 소규모 농장이 생존할 수 있는, 더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 될 수도 있다.

 

 

- 김은진, 송명주 기자 / ASPIRE 중앙대학교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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